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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꿈꾸는 치의학 박사 김성원

아프리카 진료봉사 통해 함께사는 세상 꿈꾸는 치의학 박사 김성원 렉스 과천치과 원장

매년 7월이면 머나먼 아프리카 오지로 진료봉사를 떠나는 치과의사 김성원 원장.
올해도 변함없이 우간다까지 날아가 수백 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돌아왔다.
굳이 한 달내내 병원문까지 닫으면서 먼곳 찾아가기를 마다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엉뚱하게도 “돈 많이 버는 게 꿈”이라 말하는 김성원 원장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래서 더 큰 돈을 벌어야 해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것이다. 돈이야 누구든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지만 번듯한 치과의사 원장님이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는 것이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처음엔 농담이겠거니 했는데, 동그렇게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허투루 건네는 소리가 아님이 분명했다. 어찌됐든 과천의 치과의사 김성원 원장이 전혀 거리낌없이 이런 소리를 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으니 들어보기로 하자.

“굿뉴스 의료봉사회라고 있어요. 2008년 부턴가 아프리카에 가서 매년 의료봉사를 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올해는 우간다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처음 봉사를 다녀오기 시작한 건 2011년 부터였습니다. 이제 벌써 7년째네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의료봉사라는 게 어디나 그렇긴 하지만 넉넉하게 지원을 받아서 행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알음알음 봉사자 스스로가 비용을 보태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더 열심히 일해서 돈벌어야 한다는 거죠.

“아항! 결국 내 스스로를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지구 반대편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가난한 나라까지 찾아가서 의료봉사를 하려니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렇지도 않게 “돈 많이 벌어야겠다”고 말하는 치과의사 김성원 원장은 지난 7월말 3일간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소재 마케레레 대학교 구내에서 의료봉사를 했고, 8월 1일에는 장소를 옮겨 빈민가 무코노라는 시골까지 찾아가 진료를 계속했다.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에는 태국인 치과의사 두 사람과 현지 내과, 이비인후과 의사 여섯 명 그리고 함께 날아간 한의사가 함께 움직였다고 한다. 물론 간호사와 보조인력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 인원이었다.

“처음 이 의료봉사를 시작할 때 방문한 나라는 케냐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도 연이어 방문했습니다. 아이티의 경우는 정말 의료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그해 이후부터는 한국이 아닌 미국측 의료봉사단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우간다나 케냐는 어느정도 갖춰질 것은 갖춰진 수준이라서 의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나마 다행스러운 나라였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아이티는 몇해 전 나라 전체를 망가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지진과 태풍 피해가 너무도 심각했던 터라 김성원 원장은 해마다 어딜 가든 아이티가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혼자서라도 찾아가 돕고 싶지만 그리 못 하는 게 마음 아프다는 눈치다. 함께 진료봉사에 참여했던 한국. 태국단원들. 현지의료인, 마케레레 국립의대생과 진료 후에 찍은 사진이다.

진료봉사를 위해 병원문을 닫아도 마음은 편하다

김성원 원장의 병원 단골환자들은 매년 6월쯤되면 “언제쯤 휴가가느냐?”고 물어보는 게 의례적이다. 더욱이 놀라운 건 환자들 스스로가 알아서 7월 한 달은 아예 병원에 방문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매년 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는 의료봉사활동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네는 게 전부다.

“그저 의료봉사라고 하면 의사들 몇명과 비행기 타고 휙하니 가서 진료보고 오겠거니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준비기간 자체가 전쟁같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병원이 어디로 이사가는 줄 알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준비하는 수준이 병원을 통째로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우스개 소립니다만 의료봉사 준비할 때 가장 부러운 의학과가 한의학과와 내과입니다. 그나마 한의학과 의사들은 약이라도 좀 사가지고 온다지만 내과는 그냥 빈손으로 와도 되니까요. 아무리 척박한 곳이라고 해도 청진기 정도는 있으니까. 이에 반해서 치과는 정말 가져가야 할 장비가 너무 많습니다. 일일히 다 포장해서 비행기에 실어야 하니까 그게 가장 힘듭니다.”

장비를 포장하는 데에만 최소 한 달이 걸리는 터라 단골들이 6월이면 “언제 휴가가느냐?”고 묻는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은 떠나기 전까지 진료를 해야 하니까 만약 출발하는 비행기가 저녁이라면 당일 아침까지 진료를 하고 의료기기와 장비들을 정부 소독해서 포장하는 게 이젠 일상이 됐다.

일단 현장에 도착하고 나면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만큼 의료헤택을 받지 못 하는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사의 책임감은 좀더 많은 환자들을 만나는 게 도움일 거라고 여기는 게 이곳과 다른 점이겠다.

“처음 해외 진료봉사를 나갔을 때는 환자들이 진료받기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으니까 자세히 살펴보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는 게 낫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 수록 그게 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됐어요. 치과만 예로 들자면 간혹 평생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치과치료를 받아보지 못 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됐습니다. 구강을 들여다 보았을 때 정말 교과서에서나 보았음직한 최악의 치아상태가 사진이 아닌 실제 눈 앞에 있다는 것이었죠. 우리가 흔히 스케일링하면서 치석을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그곳에서는 치석의 크기가 마치 치아와 동일하거나 더 큰 경우도 더러 있었어요. 이를 닦는 것이 일상적인 게 아니니까 그렇게 방치해 뒀다가 결국 발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치료의 개념이 아니라 이를 뽑아내는 게 주된 시술이었다는 게 안타깝죠. 만약 그들이 치과위생에 대해 배우고 또한 가까운 곳에서 치아 건강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그러한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우간다와 같은 곳에서는 이처럼 의료혜택의 부재상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규제였다. 여전히 유럽 지배 당시의 문화가 남아있는 터라 규제의 수준이 꽤 높아서 결국은 도와주고 싶어도 그리 못 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늘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나마 현지의 스탭들은 말 그대로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진심으로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의사와 환자를 돕고 보살피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제가 2012년에도 우간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는 연이어서 봉사를 온 것이니까 그것이 멈춤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상황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임시 의사면허증을 다시 현지에서 받아야 했고 이런 시시콜콜한 제약사항을 해결한 뒤에야 의료봉사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우간다의 현지 의료 스탭과 함께 진료 중인 김성원 원장

휴가는 늘 머나먼 타국땅 오지에서 봉사로 대신

흔히 알려져 있기로는 매주 목요일이면 치과의사들은 골프를 치러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김성원 원장은 남들 다 한다는 골프도 치지 않고 그날 역시 진료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낸다. 쉴 때 쉬는 것이 좋을텐데도 진료 끝나면 집 그리고 다시 진료하는 것이 반복되는 일과다. 정말 그이가 던진 첫 마디처럼 “돈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게 이유일까? 그게 무척 궁금했다.

“우리 병원의 휴가는 늘 진료봉사 가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그때 쉽니다. 저멀리 먼 나라에 가서 봉사활동하는 게 휴식처럼 느껴진지 오래입니다. 다들 그게 믿기지 않겠지만 첫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삶이 정말 내게는 맞는구나 싶었어요. 저 때문에 간호실장님이나 주변분들, 특히 단골환자들이 고생이죠. 하지만 이제는 다들 이해해 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치과병원 터줏대감인 김지현 간호실장 역시 매년 진료봉사에 함께 나선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격무에 쫓겨 겨우 일 년에 며칠 정도 쉴 수 있는 여유인 데도 김 실장부터 나서서 짐싸고 스탭들 통솔하고 원장의 진료를 돕는 역할까지 일인삼역을 마다않는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힘든 일인데도 어떻게 그리할 수 있냐는 질문에 “진료 자체는 전혀 힘들게 없고 이젠 익숙해졌다. 다만 사람들을 관리하는 게 내맘같지 않아서 그게 힘들고 짜증난다는 것 뿐”이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실제로 진료봉사를 떠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고정적인 지원이 있다고는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스폰서를 구하느라 힘들긴 해도 어차피 김성원 원장과 김지현 간호실장의 몫이라고 체념하듯 받아들인지 오래다. 기실 이들이 매년 전쟁치르듯 진료봉사를 나가지만 정작 김성원 원장이 목표로 삼은 것은 좀더 높고 어려운 위치에 놓여져 있긴 하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지에 의과대학을 만드는 일이다. 언뜻 보기에도 웬만한 노력이 없이는 혼자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는 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굳이 그 먼 곳에 의과대학을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나 많은 의사들이 매년 진료봉사를 다녀오더라도 그 효과는 그때 뿐입니다. 아픈 사람들 돌봐주고 돌아오면 그들은 다음해나 되어야 다시 의료혜택을 받을 기회가 오는 거에요. 그건 정말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결국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아예 의과대학을 만들어 현지에서 의사들을 키워내고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방법이에요. 사정이 그러하니 제가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해요. 하하,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죠?“ 김성원 원장은 누굴 만나더라도 진료봉사를 위해 후원을 바란다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 그만큼 갈길이 멀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뜻이겠다. 지치고 힘들어도 다시 여름이 되면 김성원 원장과 의료진들 그리고 스탭들은 주섬주섬 짐을 싸고 있을 것이다. 이제 7년째에 접어드는 진료봉사가 마치 본인에게 주어진 숙명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삶의 익숙한 부분이 된 듯 하다.

“뭔가 답답한 마음이 들더라도 진료봉사만 다녀오면 힘이 나고 마음도 정말 편해지는 게 놀라워요. 체질이 그런 건지 원….”

돈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세상사람들의 공통된 욕망이라지만 김성원 원장의 돈 벌고 싶다는 바람은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세상이 그이 만큼 곱지 않아서겠다. 적어도 김성원 원장같은 사람들이 돈 많이 벌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때 세상은 더 가치있어질 게다.


글_박중하 기자, 사진_Jukerman Bahk / 한우리경제
'월간 사람 2017년 9월호에서 발췌'